현미의 쌀겨 속 폴리페놀인 페룰산(FA)이 설사가 잦은 과민성대장증후군(IBS), 크론병·과민성대장염 등 환자에게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호대 약대 연구팀은 동물(기니피그) 실험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다나카 요시오 교수(약학)는 “쌀겨 속에 많이 들어 있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페룰산은 ‘전압 의존성 칼슘 채널(VDCC)’을 통해 칼슘 이온의 유입을 억제해, 장(창자)의 평활근이 수축되는 걸 막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장의 평활근 수축을 억제하면 장의 운동성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이는 과민성대장증후군(IBS), 과민성대장염·크론병 등 염증성장질환(IBD) 환자의 과도한 장 운동을 예방하고 치료(증상 완화)하는 데 좋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은 장의 기능장애로 설사, 복통, 변비 등 증상을 일으킨다. 염증성장질환(IBD)은 소화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대장염, 크론병 등의 원인이 되며 설사,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등 증상을 일으킨다. 또한 쌀겨는 현미의 약 8%를 차지한다. 현미 영양소의 약 90%는 쌀겨에 들어 있다. 쌀겨엔 지방, 단백질, 비타민B1, 비타민B2와 폴리페놀(페룰산 포함)이 풍부하다. 폴리페놀의 종류는 5000가지도 넘는다.
“페룰산, 칼슘이온 유입 줄여 작은창자 평활근의 수축 억제…대장·소장의 운동성 낮춰”
연구팀은 페룰산이 장 운동장애(운동 과다·과소)에 미치는지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기니피그의 ‘돌창자(회장) 세로평활근(ILSM)’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페룰산이 각종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 F2α, 세로토닌)에 의해 일어나는 장 수축을 눈에 띄게 억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의 운동성을 떨어뜨린다는 뜻이다. 페룰산의 농도가 높을수록 장 수축 효과도 높아졌다. 또한 기니피그의 ‘혈관 평활근 세포’에 대한 추가 실험에선 페룰산이 염화칼륨에 의해 일어나는 세포 내 칼슘 상승도 억누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폴리페놀에 속하는 페룰산은 항산화·신경보호 작용을 한다. 주로 곡물에 들어 있고 특히 쌀겨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종전 연구에선 페룰산의 체계적인 이점에 초점을 맞췄지만, 위장관 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요시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페룰산이 장 운동의 천연 조절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룰산은 평활근의 과도한 활동을 진정시킨다. 이 때문에 설사가 잦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반면, 변비가 잦은 환자나 건강한 사람의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생리학적 관련성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겨 추출물, 미백·주름개선 등 기능성화장품에 쓰여...쌀겨 보관 땐, 산패에 주의해야”
현미밥을 먹으면 쌀겨 속 페룰산 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쌀겨차·쌀겨가루 등 다양한 형태로도 페룰산을 흡수할 수 있다. 쌀겨 추출물은 미백, 주름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의 재료로 쓰인다. 쌀겨를 물에 개어 팩으로 쓰면 피부를 진정시키고 보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쌀겨는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처음엔 소량을 섭취하거나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쌀겨엔 기름 성분이 많다. 보관할 땐 산패(가수분해나 산화)에 주의해야 한다.
이 연구 결과(Ferulic acid suppresses guinea pig ileal longitudinal smooth muscle contractions by inhibiting voltage-dependent Ca2+ channels)는 《약리학 저널(Journal of Pharmacological Science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