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USB는 스마트폰의 표준 USB 규격으로 애플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만큼은 독자적인 30핀 규격을 쓰다가 아이폰 5부터는 라이트닝이라 명명된 새로운 8핀 규격을 만들어서 쓰려고 합니다.
애플은 왜 표준적인 마이크로 USB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그 비밀은 핀 수에 있습니다.
핀 수가 많을수록 다양한 주변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핀이라는 건 하나의 전선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표준 USB는 네 개의 선이 필요하고, 스마트폰의 마이크로 USB는 여분의 선을 추가해 총 5개의 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이크로 USB
애플은 과거 30핀, 현재 8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핀이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은 정보를 내보낼 수 있는 장점이 생기는데요, 2003년부터 쓰인 애플의 30핀 규격은 기본적인 USB 전송부터 시작해서 아날로그 영상 / 음성, 디지털 영상 / 음성, 외부 장치 인식(카메라킷)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쓰인 애플의 30핀 단자
삼성의 갤럭시 탭 시리즈도 애플과 비슷한 30핀인데요 애플과는 호환되지 않으며 갤럭시 탭의 삼성 30핀 역시 다양한 디지털 신호 등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5핀 마이크로 USB로는 불가능한 작업들
일반적인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마이크로 5핀 USB 규격도 대부분의 작업들은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충전 / 데이터 전송과 디지털 영상/음성의 출력, 외부 기기의 연결 등 다양한 기능들을 할 수는 있는데요, 핀 수가 5개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고 한정된 핀을 쓰기 때문에 호환성 문제도 종종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TV 출력 어댑터.
갤럭시 S3는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갤럭시 S3 전용 별도 어댑터를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자악기에 연결되는 아이패드처럼 특수한 목적으로써의 사용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표준과 확장성, 이 두 가지는 마이크로 USB도 언젠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며 능력만 된다면 마이크로 USB에 굳이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핀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추가 가능한 기능들도 늘어나는데요, 마이크로 USB와 비슷한 크기를 유지하면서 핀 수를 늘릴 수 있다면 이 방법으로 커넥터 규격을 변경하는 방법도 괜찮기는 합니다.
새로운 라이트닝 커넥터의 편리함
아이폰 5에서 새롭게 적용된 라이트닝 커넥터의 경우 케이블의 방향에 상관 없이 꽂으면 됩니다. 현재의 애플 30핀이나 마이크로 USB 등은 모두 방향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꽂아야만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한데, 라이트닝 커넥터는 이런 불편함을 던 셈입니다.
라이트닝 커넥터는 앞 / 뒤가 각각 8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 / 뒷면이 모두 동일한 기능을 갖고 있어서 방향에 상관없이 꽂을 수 있습니다.
라이트닝 커넥터를 채택한 5세대 아이팟 터치. 6mm 정도의 두께까지 얇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기존 애플 액세서리를 사려면 무시무시한 추가 비용이...
8핀의 라이트닝 커넥터는 기존의 30핀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구형 30핀 주변기기를 쓰려면 별도의 젠더를 구입해야 하는데요, 애플 정품의 경우 4만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으로 판매가 될 예정입니다.
다른 규격 때문에 희생될 수 있는 4만원
현재 아이폰용 독 스피커나 애플 30핀을 활용한 주변기기가 많다고 해도 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기 때문에 간단한 충전용 거치대라면 그냥 30핀에 맞는 거치대가 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환 젠더의 가격은 자비가 없습니다.
그리고 30핀에서 8핀으로 핀 수가 줄었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는 아날로그 영상 / 음성 출력 등의 몇몇 구형 기능들은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새로운 선택
최초의 아이팟은 USB를 쓰지 않았는데 아이팟에 USB가 도입되면서 30핀 규격은 10년 동안 다양한 애플 기기에 두루 쓰였는데요, 그 기간 동안 국내 휴대폰이 TTA24핀 → TTA20핀 → 마이크로 USB라는 단계로 진화했고 해외 휴대폰 역시 각자의 USB 규격 → 미니 USB → 마이크로 USB로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30핀 규격은 상당히 오랜 장수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 만에 바뀐 라이트닝 규격은 향후 10년간의 애플 기기들을 책임질 규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USB와 같은 커넥터의 규격은 가능하면 안 바뀌는 게 좋겠지만 10년 정도 썼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규격으로 바꾸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젠더 가격이 좀 내려갈 경우에 한해서요.
에누리닷컴 이홍영 기자 (openroad@enu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