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 차세대 운영체제 ‘젤리빈’이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유출되어 스마트폰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북미 지역에 판매된 갤럭시 넥서스에만 설치할 수 있는 버전이 해외 스마트폰 포럼 ‘XDA디벨로퍼스’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 비싼 스마트폰 ‘벽돌’ 될수도… = 이렇게 유출된 젤리빈 이미지는 국내에 판매된 갤럭시 넥서스에는 설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이미지 파일을 바탕으로 모든 갤럭시 넥서스에 설치할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이 다시 공개되었다. ‘XDA디벨로퍼스’에서 배포되는 ‘bigxie_JRN84D_rooted_busybox_deodexed.zip’ 파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 파일을 설치하려면 순정 상태를 벗어나는 ‘부트로더 언락’과 ‘리커버리 파일 교체’가 필요하다. 게다가 부트로더 언락 과정에서 저장되어 있던 모든 앱과 데이터가 초기화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자칫 잘못 시도했다가는 비싼 스마트폰을 수십만원짜리 ‘벽돌’(?)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이라 주의하는 것이 좋다.
◇ 완전히 달라진 로고, 개선된 인터페이스 = 갤럭시 넥서스에 XDA디벨로퍼스에서 배포되는 젤리빈 이미지를 설치해 써봤다. 맨 처음 스마트폰을 켰을 때 나타나는 로고도 이전 버전(아이스크림샌드위치)와 큰 차이가 있다. 부팅이 끝나면 등록 과정이 시작되는데 회색 등 무채색을 바탕으로 깔끔하게 다듬었다. 휴대전화 정보에서 안드로이드 버전을 확인해 보면 ‘4.1’, 빌드 번호는 ‘JRN84D’로 표시된다.
<▲ 등록 과정에 나타나는 화면도 무채색을 바탕으로 다듬었다.>
<▲ 알림 영역이 크게 개선되었다.>
부팅을 마친 다음 나타나는 화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일 등이 도착하면 알려주는 알림 영역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간과 날짜를 위쪽에 작게 표시하는 대신 표시하는 정보를 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메일·문자 메시지는 내용까지 일부 보여준다.
<▲ 인터페이스 개선이 이뤄졌다.>
사소한 인터페이스 개선도 눈에 띈다. 홈 화면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나타나는 배경화면 선택 메뉴는 아이콘과 글자를 키워 보다 보기 쉽게 만들었다. 구글에서 만든 한국어 키보드도 자음과 모음이 굵게 표시되어 보다 입력하기 편해졌다. 기조연설에서 강조했던 터치감도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 홈 화면 전환이 빠른데다 앱을 전환할 때 나타나는 여러 애니메이션 효과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 편리해진 검색 기능 = 구글IO 기조연설에서 시연됐던 ‘구글나우’ 기능도 써 볼 수 있다. 홈 버튼을 오래 누른 상태에서 위로 손가락을 올려 구글 마크를 선택하거나, 화면 위쪽에 보이는 검색바를 터치하면 바로 이 기능이 실행된다.
<▲ 젤리빈에 탑재된 새로운 기능 ‘구글나우’>
구글나우를 실행하면 현재 위치와 시간, 약속과 앞으로 일정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카드 형태로 보여준다. 처음 실행한 상태에서는 현재 위치와 날씨만 보여 주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구글 계정과 연결된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하면 빈틈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교통 정보, 항공기 운항정보까지 알려준다. 그러나 이 기능은 아직 미국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터라 한국에서 편리하게 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지난 5월 선보인 검색 서비스 '널리지 그래프'(Knowledge Graph)는 관련 키워드에 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한 페이지에 정리해 보여 주는 기능이다. 젤리빈 검색 기능에는 이 기능이 기본 포함되어 있는데 아직은 영어 환경에서만 작동한다.
<▲ 널리지 그래프를 이용한 검색은 아직 영어만 가능하다.>
언어를 영어로 설정한 다음 음성 검색을 이용해 ‘cat pics’라고 말하자 예전에 볼 수 있었던 구글 검색 결과 화면 대신 고양이 사진만 모아서 먼저 보여준다. ‘cat pics’라는 말의 의미를 검색엔진이 알아차린 것이다. 아기고양이 사진을 보고 싶어서 ‘little cats picture’라고 말했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아기고양이 사진을 먼저 보여준다. 물론 이 화면을 옆으로 밀어서 치우면 예전처럼 글자들만 나열된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 ‘세상보기’ 앱 추가, 이스터 에그도 여전해 = 아이스크림샌드위치에서는 기본설치되지 않았던 ‘세상보기’ 앱이 기본 설치되어 있다. 이 앱을 실행하면 여러 웹사이트의 뉴스를 한꺼번에 모아서 볼 수 있고 구글 리더에 RSS를 등록해 놓은 블로그나 웹 사이트도 볼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영문으로 된 정보만 볼 수 있는 것이 흠.
<▲ 웹사이트 뉴스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세상보기’ 앱>
<▲ 이스터 에그를 실행하면 빨간색 젤리가 나타난다.>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부터 탑재된 이스터 에그는 젤리빈에서도 건재하다. 휴대전화 정보 중 안드로이드 버전 부분을 여러 번 터치하면 빨간색 젤리와 함께 ‘Android 4.1 JELLY BEAN’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빨간색 젤리를 오래 누르고 있으면 갖가지 색깔로 장식된 젤리빈들이 화면 가득히 나타난다.
◇ 국내에는 언제쯤 나오나? = 이번에 유출된 젤리빈 설치파일은 정식 버전이 아닌 개발자용 프리뷰 버전이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아이스크림샌드위치에 비해 속도도 높아졌을 뿐만 안정성도 뛰어났다. 젤리빈이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까지 그대로 쓰고 있어도 문제없을 수준이다. 젤리빈은 무선방식(OTA) 업데이트를 이용해 오는 7월부터 갤럭시 넥서스·넥서스S, 모토로라 줌(XOOM)에 가장 먼저 공급된다. 구글 태블릿 '넥서스7'에는 아예 처음부터 젤리빈이 탑재된다.
다만 국내외 제조사들 중 상당수가 2사분기에 들어서야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업데이트를 끝낸 상황인데다 아직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업데이트를 마치지 못한 제조사도 있다. 때문에 젤리빈이 적용된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언제 제공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권봉석기자 bs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