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특수를 기대하던 에어컨 제조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 침체와 에너지 절약 등 이슈가 겹치며 소비자들이 에어컨 구매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20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월 사이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로 줄었다. 지난해 에어컨 판매량이 사상 최대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같은 감소폭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국내 에어컨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제품 판매량 공개를 꺼린다. 양사 복수의 관계자들은 "판매량 감소폭이 예상보다 커서 사업부 쪽에서 판매 증감율 공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양사는 올해 김연아, 조인성 등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를 진행하며 에어컨 판매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200만원을 호가하는 에어컨 구매에 소비자들이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블랙아웃 방지 등 절전이 이슈가 되는 것도 에어컨 판매엔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에어컨이 유례없는 호실적을 내 올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제조업체들 입장에선 지금 에어컨을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은 맞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제품도 있다.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한 공기를 방출해 실내를 쾌적하게 만드는 제습기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제습기 판매량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0%까지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습기가 계절 가전의 이름을 벗고 있다"며 "1~5월이 제습기 제품의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장마철을 앞두고 제습기 판매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제습기가 장마철 습도를 낮추고 곰팡이나 신종플루 등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크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다.
특히 제습기 가격이 평균 30만~40만원으로 비교적 부담없이 책정됐다는 점, 부피가 작아 실내 어느 곳에나 쉽게 비치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인기에 한 몫했다. 여기에 최근들어 빨래를 실내서 말리는 가정이 늘었다는 것도 제습기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제조업체들은 분석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에어컨이나 정수기를 만드는 업체들도 모두 제습기 판매에 뛰어들었다. 시장 1, 2위를 차지한 LG전자와 위닉스 외에도 삼성전자, 동양매직, 위니아만도, 웅진코웨이, 리홈 등도 올해 제습기 신제품을 내놨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습기조절만 잘 해도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제습기에 대한 인지도가 늘어난만큼 판매량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