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장현지 기자] VR. virtual reality의 약자로 '가상현실'이라는 뜻입니다. 컴퓨터로 만든 그래픽 속에 들어간 듯 생동감있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죠.그러기 위해서는 기기를 착용해야 합니다. 눈 앞에 가상현실을 보여줄 기기가 필요하니까요.기기는 머리에 안경처럼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형태입니다.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도 부릅니다. 삼성 기어, 소니 PS4, 구글 카드보드 등 다양한 제조사에서 여러 형태의 기기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PC에 연결해야 하거나, VR용 콘텐츠를 따로 준비해야 했죠. 그런데 이번에 페이스북에서 PC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VR기기가 나왔다고 해서 써보았습니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올인원 VR 헤드셋입니다. 올인원(all-in-one). 즉, 실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하나로 이뤄져 있다는 뜻이죠. PC와 연결하지 않아도, 기기 단독으로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완전 무선으로요. 와이파이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피커도 내장되어 있습니다.
본체를 밴드와 벨크로(찍찍이)로 머리에 맞게 사이즈를 조절해서 착용합니다. 둘레를 조이는 밴드는 신축성이 있어 딱 맞게 안착됩니다. 초점은 자동으로 맞춰집니다. 살짝 위로 향하는 느낌으로 착용하니 초점이 잘 맞았습니다.
오른쪽 전원 버튼으로 기기를 켭니다. 이제 눈 앞에 가상현실이 보입니다. 바닥 높이, 활동 공간 등 자동으로 내 주변 환경부를 인식해서 공간을 설정합니다. 가상현실 부분을 벗어나면 외부 카메라를 통해 흑백으로 현실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함께 볼 수 있는거죠. 이를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합니다. 덕분에 VR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현재 위치한 공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부딪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죠.
양 손에는 컨트롤러를 쥡니다. 컨트롤러는 가상현실로 보이는 화면을 움직이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작을 인식해 게임할 때 주로 사용하죠. 가상현실 속 팔이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료 콘텐츠가 많아서 무료 앱과 넷플릭스, 유튜브 360도 영상 위주로 체험해봤습니다.
유튜브에는 VR 전용 콘텐츠가 꽤 있었습니다. 360도 콘텐츠 탭에서 모아 볼 수 있습니다. 롤러코스터, 서핑, 스카이다이빙 등 역동성있는 영상을 감상하니, 생각보다 생생하게 간접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영상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고개를 돌리는 대로 상황을 볼 수 있으니까요.
전 세계 명소를 촬영한 영상을 감상하니, 잠시나마 해외에 온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이돌 무대 또한 VR용 360도 콘텐츠가 있어 시청해보았습니다. 무대 동선을 따라가며 춤을 감상할 수 있고, 마치 가수가 눈 앞에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콘텐츠 화질이 떨어져서 이질감이 든다는 점입니다. 분명 4K, 8K 수준의 높은 해상도인 유튜브 영상을 시청해도, 오큘러스 퀘스트2를 통해 내가 접하는 화질은 유튜브를 480p로 보는 수준과 비슷했습니다. 역동적인 롤러코스터, 아름다운 해외 명소, 좋아하는 가수를 조금 더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는 것 좋지만, 화질이 낮아 그 장점이 반감됩니다.
넷플릭스 앱에 들어가니, 내가 가상현실 속에서 거실 쇼파에 앉아 보는 것처럼 CG(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넷플릭스나 기본 대기화면처럼 이미 구현해놓은 그래픽은 화질이 양호했습니다. 영화 상영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영화 예고편을 몇 개 재생해봤는데, 꽤 몰입감 있었습니다. 다만 내 시선의 중앙부가 아닌 주변부는 왜곡되거나 초점이 흐릿합니다. 또렷하게 보려면 그쪽으로 시선을 옮겨야 하죠. 또, 키보드가 따로 없으니, 컨트롤러로 화상키보드에 포커스를 맞춰 한 글자씩 입력하는 방식이라 로그인이 번거로웠습니다. 유튜브에 보고 싶은 영상을 검색할 때는 음성으로 입력할 수 있었고 꽤 정확히 인식했습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멀미도 났습니다. 평소 멀미를 심하게 느끼는 편입니다. 이는 VR기기의 특징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 오큘러스 퀘스트2의 단점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멀미를 많이 느끼는 사용자는 새로운 VR기기가 출시될 때마다 멀미나는 현상이 줄어들었는지, 얼마나 개선됐는지 기대를 갖죠. 기존 VR기기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평소 다양한 유형의 게임을 좋아하는 옆자리 기자님은 멀미없이 잘 사용하시더라고요.
착용감은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전작인 퀘스트1에 비해 가벼워지기도 했고요. 얼굴에 닿는 부분은 쿠션이 있어 조금 더 편안하게 광대뼈에 안착할 수 있습니다. 안경을 쓴 사람도 착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게가 있다보니, 사용 도중 흘러내려 30분 이상 착용하는 것은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 착용할 때, 자신의 머리 사이즈에 맞게 밴드를 조절하는 것이 착용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충전은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동일한 USB C타입(둥근 타원형 모양)으로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발열이 심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방전 속도가 빨랐습니다. 완충 후 1시간 가량 사용했을 때, 약 60% 정도 남아있었습니다.
기자의 시선으로 본 오큘러스 퀘스트2
PC없이 기기 단독으로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의미있습니다. PC와 연결하는 과정 익히고 케이블 찾고.. 그 일련의 과정이 번거로워서 잘 안쓰게 됐는데, 한 단계라도 줄어들니 간결한 느낌입니다. 콘텐츠 또한 기기 내부에 있어서, 전원 켜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VR이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직 일반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부족합니다. 평소 VR을 즐기거나 게임을 좋아하는 특화된 사용자라면 구매까지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대중에게는 그저 '신기한' 제품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신기함에 써보다가, 지속적으로 즐길 콘텐츠가 없다면 금세 찾지 않게 되는 것이죠.
게임처럼 마니아층이 있는 있는 장르를 넘어 더 일상적인 콘텐츠도 많이 나와야겠습니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도 VR 전용 콘텐츠가 있다면, 기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겠죠.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많고 매력이 있어야 기기에도 관심이 가니까요.
지진이나 화재 대피 등 교육용으로도 활용하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대중이 체험하고, 괜찮다고 느낄 때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VR 시장이 열릴 것이라 예상합니다.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VR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봅니다. 5G 발전에 따라, 초저지연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더욱 실감나는 VR 콘텐츠가 많이 제작될 것입니다. 항상 미래를 변화시킬 콘텐츠 중 하나라고 꼽혔던 VR. 직접 경험에 한계가 있는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다시 한번 움트길 기대합니다.
글 / IT동아 장현지(hj@itdonga.com)